과학과 종교 1에 이어서 작성한 내용입니다.
바로 연결된 내용이므로 과학과 종교1을 읽으신 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말씀 드리지만 여러 서적을 통해 참고한 내용을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하려고 하였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종교(religio)는 그 말 자체에 ‘묶는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분리된 대상들을 다시 강력하게 묶는 것을 의미하고 있지요.
이에 반하여 과학(scientia)는 ‘분별’ 혹은 ‘분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라는 것이 묶는 과정이라면, 과학은 푸는 과정입니다. 과학이 분리하는 시스템이라면, 종교는 통합하는 시스템입니다. 쉽게 생각해 보면 종교는 통합하는 과학인 동시에, 과학은 분리하는 종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종교와 과학에 대해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적인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종교라는 것은 우리들에게 ‘왜(why)’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고 그 해답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과학은 ‘어떻게(how)'를 질문하게 하게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종교나 과학은 얼핏 보면 질의응답 시스템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종교를 설명해 주는 언어를 과학적 시스템을 기준으로 적절하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학의 언어를 종교 시스템의 기준을 가지고는 적절하게 평가할 수 없겠지요.
종교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 사이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차원의 번역 장치를 갖춰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종교와 과학을 위한 메타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메타 시스템을 찾기 위해서는 종교와 과학의 관계와 나타내 주는 바에 대해서 상세히 알고 있어야 겠지요?
먼저 종교와 과학 사이에 상이한 면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종교는 인간과 신의 관계를 다루지만, 과학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그러므로 각기 다루는 관계의 성격이 상이합니다.
게다가 종교는 우리가 쉽게 측정하기 힘든 대상을 상대하지만, 과학은 측정 가능한 대상을 상대하지요. 가령,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신’은 측정 가능한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신에 대한 인간의 표현 또한 측정 불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과학은 측정 가능한 대상을 상대하는 시스템입니다.
종교는 재현 가능성을 만족시키지 못하지만, 과학은 재현 가능성을 만족시킵니다.
과학은 실험이라는 방법을 통해 과학적 이론을 만들어 내고 그 결과를 입증해냅니다. 과학은 언제든지 실험이라는 수단을 통해 그 결과를 다시 재현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반면에 종교는 실험을 통해서 이론을 만들고 이를 입증해내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종교적인 결과는 언제 누구에게서나 재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설사 어떤 사람에게 종교적인 기적이 일어났다고 해도 다른 어느 누구에게나 원하는 때에 그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의 이론은 실험을 통하여 증명된 명제들을 모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과학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지요. 하지만 종교에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감히 누가 신의 행동을 완전하게 예측하거나 결정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종교와 과학에는 표현 방법에 있어서 차이를 보입니다.
종교의 표현은 상징적인 표현이 주를 이루지만, 과학은 기호적인 표현을 사용합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믿음이란 ‘신’이라는 대상에 대한 일정 정도의 인격적인 참여를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종교적인 대상을 모두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상징적인 표현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상징적인 표현들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에 반해 과학에서 말하는 분석이라는 작용은 대상에 대한 인격적 참여를 전제하지 않습니다. 과학에서는 대상을 측정가능하다고 전제하고 기호를 통해 나타냅니다. 그 기호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과학의 주된 역할입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1879~1955)
아인슈타인은 생애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그가 생전에 했었던 말을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요, 과학이 없는 종교는 맹인이다.
그렇다면 시스템으로서의 과학과 종교는 어떤 유사점을 공유할 수 있을까요?
과학과 종교는 모두 다 ‘진리’를 추구하는 시스템입니다. 기독교의 역사에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본성을 찾는 두 가지 입장이 있었습니다. 일정 기간 예수를 인간으로 보기도 하였고 한편으로는 신으로 보기도 하였습니다. 모순되어 보이는 두 입장이 하나의 입장으로 조율될 수 있었던 것은 451년 칼케돈 회의의 신조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현대 과학의 역사에는 빛의 본성에 관해서 이와 비슷한 두 입장이 있었습니다.
일정 기간 빛을 입자로 보기도 하였고 한편으로는 파동으로 보기도 하였던 것이지요.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입장이 하나의 입장으로 조율될 수 있었던 것은 1928년 디렉의 양자장이론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과학과 종교는 그 자체가 진리인 것이 아닙니다. 진리를 찾아가는 진실 된 질문과 겸허한 응답의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수식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과학과 종교는 둘 다 개방적인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가장 자유로운 접근이 과학과 종교의 활동입니다. 때로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이 과학의 일이며 종교의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진리를 향한 자유가 앞서서 전제되지 않으면 종교나 과학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진리를 향한 자유가 억압될 때에는 과학과 종교는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종교와 과학은 억압된 자유나 조작된 자유로부터 유도되는 모든 거짓 진리를 거부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과 종교는 고유한 작업에 대한 신념을 공유합니다. 종교는 믿는 바와 실천하는 바를 믿으며, 과학은 작업과 그 결과를 신뢰합니다. 여기에서 믿음이란 어떠한 계산이나 증명 이전의 실천입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원동력은 바로 이 믿음에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과학과 종교의 작업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은 바로 자신이 하는 작업이 옳다고 하는 신념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도움받은 곳
현우식. 과학으로 기독교 새로 보기. 2000. 연세대학교 출판부.
리처드 도킨스 작 이한음 역. 악마의 사도. 2005. 바다출판사
김용준.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2005. 돌베게.
정진홍. 과학과 종교. 2000. 아카넷.
이종호의 ‘과학이 만드는 세상’ - Science Times 칼럼
Eisen, Arri. Science, Religion, And Society. 2004. Berghahn Books.
Willem B. Drees. Is Nature Ever Evil?: Religion, Science, and Value. 2003. Routledge